한동훈(http://monac.egloos.com)님 덕분에 이번엔 “스크럼”이라는 책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업계를 떠나서 프로그래밍을
할 일은 거의 없지만,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이른바 방법론과 관계가 있기에 업무 영역이 다른 곳에서는 일의 효율을 어떠한 방법으로 높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우선
이 책은 번역자가 공들여 번역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 장점이다. 몇 군데 약간 미흡한 번역이 있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책의 전체 흐름을 쫓아가는데 거의 지장이 없다. 영어판 책을 보지 않아서 자신 있게 말 할 수는 없지만 군데군데 번역자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주석으로
달아 놓아서 원본에 비해 독자들이 보다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점이 인상에 남는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책 중간 중간에
스크럼 활성화를 위한 도구 몇 가지가 소개되었는데 이러한 도구와 관련된 실제 활용 사례(또는 예시 템플릿)도 곁들여져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
후반부에도 잠깐 언급되어 있지만 스크럼 또는 애자일 방법론이 추구하는 바가 린(lean) 또는 TOC(제약이론)에서
추구하는 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자일 방법론의 기본 가정은 소비자의 요구사항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설계를 완벽히 마치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보다는 나선형식 개발을 통해(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요구사항을 수시로 반영하면서 설계를 서서히 완성해 나아가는 것인 것 같다.
린 생산의 기본 가정도 이와 유사하다. 소비자는 빠른 납기,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원하기 때문에 자재소요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무의미하다(모든
사람이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린 생산의 극단으로 가면 이러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일일 스크럼 미팅은 KI 회의 방법과 유사하다. 스크럼 미팅에서는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그리고 업무 병목 인자에 관한 바를 이야기한다.
KI 회의에서는 한 주(또는 한 달)에 한 일, 다음 주(또는 다음 달)에 할 일, 그리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배운 바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슷한
부분은 통합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을 해서 린 생산과 애자일 방법론을 접목시키면 무언가가 나올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조금 막연하다.
사실
방법론이라고 소개된 것 중에 나쁘지 않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사기꾼이 아닌 이상 방법론을 만든 사람도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효과를 보았기에 자신 있게 해당 방법론에 대해 소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해당 방법론이 자신의 업무
영역에 맞는지를 판단하고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관한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스크럼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감은 잡았다. 하지만 이것을 내 업무 영역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몇 가지 간단한 것부터
조금씩 해보면서 ‘경험적’으로 그 방안을 구체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