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한동훈(http://monac.egloos.com)님 덕분에 “애자일 프랙티스”이라는 책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한동훈님이 책에 대한 서평을 책에 제시된 내용 중 하나를 실천해본 사례 중심으로 써달라는 글을 보고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고, 잘 이해가 되지도 않았지만 책을 읽어 나아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 그리고 부제에서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듯이 프로그래밍을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45개의 지침 위주로 내용이 짜여져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애자일한 방법론을 도입하기 위해 큰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 또는 여러 애자일 방법론을 훓은 후에 이를 종합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근 3주째 계속되는 늦은 야근-덕분에 나는 '기획'의 어려움과 '기획력'의 필요성을 느꼈다-으로 인해 이 책을 기한 내에 읽는 것도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서 이 책에 제시된 실천 가이드 중 하나를 실천하지는 못했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무를 베느라 바빠서 톱을 손질하기가 귀찮아서 였을지도 모른다.
작년에 6시그마 사무국 경험을 잠깐이나마 하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6시그마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 비유하자면 폭포수 개발 방법론과 유사하다. 프로젝트를 철저하게 5단계(정의-측정-분석-개선-관리)로 분리하고, 이전 단계에서 챔피온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절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도록 규정해두었다. 직접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는 않아서, 그리고 내가 소속된 회사가 6시그마를 신규 도입함에 따라 시행착오를 겪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1년여 사무국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느낀바는 과연 6시그마가 화학 관련 과제에 적합한 방법론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계부문은 그런대로 각 방법론에 맞춰서 프로젝트가 진척되었지만 화학부문은 3단계 또는 4단계에서 계속 시행착오를 (재료 개발을 위해서는 어쩌면 필연적인) 겪어가면서 6시그마 프로젝트 종료가 계속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학 부문은 6시그마와 같은 방법론이 아닌 나선형, 혹은 애자일 -사실 어렴풋이 파악만 할 뿐 둘 다 제대로 모른다 - 과 같은 방법론이 적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올해 내가 참여하는 과제 하나가 있다. 과제 목표가 건 수와 관련이 있는데 우리는 나름 나선형 방식으로 과제를 하나씩 진척하려고 했다. 그래서 한 건을 완성한 후 이를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다음 건을 진척하는 방식을 취하였는데 그것이 윗분들이 보시기엔 불안하셨나보다. 한 건에 대한 그림은 보였지만 총체적인 그림이 안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처음 해보는 시도 방법이라 아직 체계가 안 잡혔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사분들은 이러한 시도가 새롭기 때문에 불안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결국 작년에 했던 방식대로 초기엔 문제 정의 및 후보 문제 도출, 후반엔 문제 해결 방식으로 진행되게 되었다. 이 일을 겪은 후 일하는 방식을 변화할 때에는 팀원들 자신이 해당 방식을 어느 정도 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사를 설득 – 이러한 방식으로 일해도 결과가 나온다는 – 또는 상사에게 확신을 주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