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은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조영수이다. 지금은 작곡가로 제법 유명해서 - 내 늦 팔자가 갑자기 잘 풀릴 수 있겠지만 - 내가 평생 벌어도 못벌만 한 돈을 몇 년 새 모아둔 모양이다. 난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어떤 플랫폼을 가지고 유사한 노래를 찍어낸다고 비난하는 글도 올라오긴 하던데, 좋게 보면 대중음악계에 포드 주의 시스템을 도입한 작곡가로 볼 수도 있는 것 같고...포드 주의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새로운 양식을 적용한 것이니...
이 친구 덕분에 나는 89년도에 카폰이라는 것을 실물로 처음으로 봤다. 당시 자가용도 귀하던 시절인데, 달리는 차안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신기했던지..한 때, 친하게 지냈지만 자라온 환경이 많이 달라 조금씩 소원해졌다.
살아온 인생을 보면 이 친구는 부자 팔자를 어느 정도 타고 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명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인 적은 없지만 소문이 자자해서 알 수 밖에 없었던 김석이라는 친구다. 나도 한 때 반에서 1등을 다투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공부를 한다는 소리는 들어서 그런지 - 봉천, 신림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녀서 강남이나 특목고 출신들이 비웃을지는 모르겠지만 - 1등하는 친구들이 그리 대단해 보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나보다 학점은 훨씬 좋지만 감히 따라가지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천재를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김석이라는 친구는 예외였다.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고등학교 때 대학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하곤 했다. 지금은 이런 사람을 특목고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학교다닐 당시에는 희귀한 사례였다.
음..인터넷 검색을 해 본 결과 과연 34살의 나이에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되어 있었다.
이런 친구들을 보고, 잠시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어차피 또래보다 몇 년씩 늦게 따라가는 인생 "대기 만성"이라는 4자성어를 희망으로 살아가는 수 밖에..체력도 머리도 그다지 뛰어나진 않지만, 꾸준히 정진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꿈인 훌륭한 제품 설계자를 뛰어넘어 훌륭한 사회 설계자가 되어 있을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